23년 8월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식전에서 선언문을 읽는 마쓰이 카즈미 시장. 히로시마시 제공.

●히로시마 평화선언 전문

78년 전 원폭 투하의 날을 마치 생지옥 같았다고 회고하는 당시 8세의 피폭자(被爆者)는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의 지도자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해 스스로의 눈으로, 귀로, 피폭(被爆)의 실상을 아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날 열선에 그을려 순식간에 사라진 생명,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화상이나 방사능증(放射能症)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간 생명. 이렇게 잃어버린 수많은사람들의 생명의 무게를 이 땅에서 느꼈으면 좋겠습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G7 히로시마(広島)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이 평화기념자료관의 시찰과 피폭자와의 대화를 거쳐 기장한 방명록은 이러한 피폭자의 바람이 각국 정상의 마음에 닿았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위령비를 참배하신 각국 정상들에게 제가 직접 전달한 비문에 담긴 생각, 즉 과거의 슬픔을 견디고 미움을 딛고 전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기원하며 진정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히로시마의 마음>은 여러분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G7에서 처음으로 <핵군축에 관한 G7 정상 히로시마 비전>이 독립 문서로 정리돼 모든사람의 안전이 훼손되지 않는 형태의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재확인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각국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그것을 방위 목적으로 유용하게 써야 한다는 전제하에 안전보장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표현되었습니다.

하지만 핵에 의한 위협을 가하는 위정자가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전세계 지도자들은 핵 억지론이 파탄났다는 점을 직시하고 우리를 냉엄한 현실에서 이상으로 이끌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급히시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개개인이 피폭자의 “이런 경험은 다른 누구에게도 하게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에 담긴 인류애와 관용의 정신을 공유하는 동시에, 개인의 존엄과 안전이 훼손되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위정자에게 핵억지론에서 탈피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조국 인도의 독립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에서 비폭력을 관철했던 간디는 “비폭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무기이며 인간이 발명한 최강의 무기보다 강한 힘을 갖는다”는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또한 유엔 총회에서는 평화에 초점을 맞춘 유엔 문서로 <평화의 문화에 관한 행동 계획>이 채택되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한시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전세계 위정자들이 이러한 말과행동 계획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우리도 그에 호응하여 일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예를 들면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언어나 국적, 신조나 성별을 넘어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음악이나 미술, 스포츠 등을 접하고 혹은 참가해 “꿈이나 희망이 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사회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여러분, 이러한 사회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 전세계에 <평화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행동을 확산시켜 나갑시다. 그렇게 한다면 시민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위정자는 반드시 시민과 함께 평화로운세상을 향해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히로시마시는, 세계 166개국 및 지역의 8200개가 넘는 평화수장회의(平和首長会議)의 회원 도시와함께, 시민 차원에서의 교류를 통해서 <평화 문화>를 전세계에 확산시킵니다.

그리고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총의가 위정자의 마음에 닿아 무력에 의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는 국제사회가 실현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폭자의 평화에 대한 생각을 전세계의 젊은이에게 알리고 국경을 초월하며 확산시켜 차세대에 계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피폭의 실상에 관한 히로시마시의 사업을 한층 더 확충해 갈 것입니다.

각국의 위정자는, G7 히로시마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각국 정상에 이어,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평화를 향한 생각을 발신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다음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의 실현을 위해 핵에 의한 위협을 즉각 멈추고 대화를 통한 신뢰관계에 기반한 안전보장체제 구축을 위해 한 걸음 내디딜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일본 정부에는 피폭자를 비롯한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받아들여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 간에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분단을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핵무기금지조약의 체결국이 되어 핵무기 폐절(廃絶)을 향한 논의의 공통 기반 형성에 진력하기 위해 우선 올해 11월에 개최되는 제2회 체결국회의에 옵서버로서 참가해주었으면 합니다.

또한 평균 연령이 85세를 넘어 심신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에 의해 생활면에서 다양한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피폭자의 고뇌를 함께 하며 피폭자 지원책을 충실하게 할 것을 요구합니다.

오늘, 피폭 78주년 평화기념식에 즈음하여 원폭희생자의 영혼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마음을 바치는동시에 핵무기 폐절과 그 넘어에 있는 세계 항구평화 실현을 위해 피폭지 나가사키(長崎),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세계인들과 함께 힘쓸 것을 맹세합니다.

2023년 8월 6일
히로시마 시장
마쓰이 카즈미(松井一実)

평화식전의 모습. 히로시마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