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시내에 있는 원폭 돔. 히로시마 현청 트위터에서 인용.

●히로시마시 원폭 사몰자위령식 및 평화기념식 인사말

오늘 피폭(被爆) 78년을 맞이함에 따라 원폭 희생자의 영혼에 히로시마 현민(広島県民)을 대표해 삼가 애도의 마음을 바칩니다. 그리고 아직도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폭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드립니다.

지금 세계에서는 러시아의 무도한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무기 위협이 지속되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일부 핵보유국이 핵전력을 대폭 증강하려고 하는 등 핵무기를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또 세계에서도 핵전력이나 그 운용의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목높여 주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이곳 평화기념공원에 핵무기 보유 3개국을 포함한 G7 정상이 모여 자료관을 방문하여 피폭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위령비에 헌화해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모았습니다.

피폭 실상을 접한 G7 정상은 세계가 핵전력 강화냐, 아니면 핵군축과 최종 폐절(廃絶)이냐 하는 두 갈래 길에 직면한 가운데, 핵군축과 폐절의 길을 택해 이를 <히로시마 비전>으로 힘차게 선언하고 방명록에 개인적 결의를 적었습니다.

G7과 초청국 정상들이 보여준 결의는 매우 역사적이고 매우 무겁습니다.

하지만 세계에는 여전히 핵무기야말로 평화 유지에 불가결하다는 적극적 핵억지론의 신봉자가 존재하며, 정상들이 제시하는 목표를 향한 의지와 관계없이 핵군축 행보를 늦추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핵 억지론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숨을 잃고 있는 무고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침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침략을 멈출 수 없는 것입니다. 핵무기국의 비핵무기국 침략을 멈출 수 없다는 현재 상황은 ‘안정·불안정 역설’로서 핵억지론에서 예상되어 온 것 아닙니까?

또한 당신은 만일 핵억지가 파탄날 경우 전인류의 생명, 경우에 따라서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대해 책임을 질수 있습니까. 당신은 세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어깨를 으쓱할 뿐입니까.

핵무기는 존재하는 한 인류 멸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틀림없는 현실입니다. 그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폐절 이외의 길이 없다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지금 핵억지론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 현실을 직시하고 그러한 책임을 다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아무리 어려운 안보 환경에 있더라도 어떻게 하면 핵군축을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핵폐기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이를 위한 지혜의 결집과 행동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진정한 의미로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남길 책임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기존의 안전보장 방식을 재검토하는 동시에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로서 핵무기 폐기를 지향해야 합니다.

히로시마현(広島県)은, 일본 정부를 비롯하여 외국 정부나 유엔, 시민 사회와 연계하여, 이를 위한 행동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핵무기 폐절을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이어 오신 피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하루라도 빠른 핵무기 폐절 실현을 다짐하며 평화의 메시지로 삼겠습니다.

2023년 8월 6일 
히로시마현 지사 
유자키 히데히코(湯崎英彦)